연고전 에서 드러난 음악의 힘
난투극이 벌어진 곳
연고전 축구 경기가 있던 날입니다. 라이벌끼리 격렬한 경기를 하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났습니다. 그러자 스탠드에 앉았던 양교 학생들도 운동장으로 뛰어들어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학생 여러분, 이러면 안됩니다. 이성을 찾으십시오. 진정하십시오. 품위를 잃지 마십시오". 아무리 방송으로 소리쳐 보았자 소용없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난투극은 점점 더 확대되었습니다.
음악의 대단 힘
이 때 누군가 두 학교의 친선을 위하여 연세대 나운영 선생이 작곡하고, 고려대 조지훈 선생이 작사한, <친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랜 역사 빛난 전통, 사학의 쌍벽이다 어둠 속에 횃불 들고, 겨레 앞길 밝힐 때와 밝아오는 광장에, 함께 얼려 춤출 때 우리 둘은 언제나 영원한 동지다 우리 오늘 만난 것은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
연세대와 고려대 양 쪽 진영에서 울려 퍼지는 친선의 노래는 점점 더 웅장해져 갔습니다. 특별히 <우리 오늘 만난 것은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 하는 대목에서 젊은 독수리와 젊은 호랑이들의 포효는 천지를 진동하였고, 폭풍처럼 축구장 전체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러기를 몇 분, 그렇게 날뛰면서 난투극을 벌이던 두 학교 학생들은 하나 둘 집단 패싸움 터에서 물러나서, 제 자리로 돌아와 우리가 언제 그랬냐 싶게 싸우던 학생들도 <친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운동장에는 선수들만 남았습니다. 두 학교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친선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경기는 잠시 중단되고, 학생, 선수, 연고전 팬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친선의 노래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반복하여 불렀습니다.
오랜 역사 빛난 전통 사학의 쌍벽이다. 우리 오늘 만난 것은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
음악의 위대함을 주는 의미
그 날 저녁, 광화문 근처 무교동 막걸리 집에서, 명동 골목골목 호프집에서, <우리 오늘 만난 것은 얼마나 기쁘냐!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다음 문제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젊은 독수리와 젊은 호랑이들의 포효로 장안이 떠들썩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음악의 위대성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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